서초구 잠원동 주택가에는 프랑스의 고즈넉한 파티스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 ‘라쥬도르’가 자리하고 있다. ‘TRADITION(전 통)’이라는 영어 단어가 선명하게 새겨진 간판과 격자무늬 창살 너머로 보이는 고전 과자의 만듦새는 정통 프렌치의 멋과 향취를 물씬 풍긴다. 클래식 과자에 대한 확고한 안목과 올곧은 고집을 가진 젊은 파티시에가 빚어내는, 고전 과자의 정석을 만나보자.
일본 도쿄의 ‘오봉뷰탕(Au Bon Vieux Temps)’, 프랑스 알자스의 ‘메종 네 겔(Maison Naegel)’에서 경력을 쌓은 정종우 셰프가 그의 아내 오오타 미즈호와 함께 올해 5월 프랑스 향토 과자 전문점 ‘라쥬도르(L’AGE D’OR)’ 를 오픈했다. 상호인 라쥬도르는 ‘황금시대’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황금시대를 영유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고전 과자를 오마주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인상은 매장의 무드와도 이어지는데, 내부와 외부 인테리어는 우드톤으로 통일하고, 앤티크한 느낌의 조명과 바닥 타일, 소품들로 채워 황금시대를 연상케 하는 따뜻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담았다.
그가 고전 과자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된 것은 과거 동경제과학교 졸업 후 일본을 대표하는 프렌치 과자점 오봉뷰탕에서 근무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간다. 그곳에서 카와타 카츠히코 오너 셰프를 따라 전통 방식으로 과자 만드는 기술을 익히며, 클래식 제품의 가치를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됐다고. 이후 정 셰프는 일본과 프랑스에서 전통적인 레시피 방식을 고수하며 고유한 색을 발전시킨 끝에, 한국에 단독 매장을 열게 된다. 옛 방식으로 기본에 충실한 정통 프렌치의 맛과 멋을 구현하는 정 셰프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정통 레시피로 만든 향토 과자
라쥬도르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품목인 마들렌, 까눌레, 다쿠아즈부터 미를리통(Mirliton), 도피누아(Dauphinoix) 등 아직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클래식 제품들이 보물처럼 준비돼 있다. 좋은 제품이란 까눌레, 슈처럼 손님이 제품을 봤을 때 맛을 직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오래된 철학 끝에 선별된 제품들이다. 고정 메뉴 외에도 새로운 재료와 반죽을 조합해 당일에만 내놓는 ‘히든 메뉴’는 손님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주고 있다. 매장 오픈 초기로 메뉴 구성에 변동이 조금씩 있지만, 앞으로도 지금의 라인업에서 크게 교체 없이 유지 될 예정이다. “순간순간의 시장 반응에 흔들리기보다, 향토 과자 가 품은 오랜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 나간다면 진심이 통하리라 믿어요.” ‘단골 메뉴’, ‘단골 손님’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모든 것이 빠르게 생겼다 사라지는 한국 베이커리의 이모저모 속. 과자의 정석을 뚝심 있게 지켜내는 라쥬도르, 그곳에 도래할 황금시대를 기대해 본다.
카늘레 4,500원
까눌레의 정석 ‘겉바속촉’을 완성도 있게 담아냈다. 바닐라 빈과 럼의 비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호불호 없이 맛볼 수 있다. 정종우 셰프와 단골 손님 모두에게 라쥬도르의 시그니처 메뉴로 꼽힐 만큼 사랑받는 제품이다.
슈 아 라 크레므 5,500원
골고루 구운 아몬드의 고소한 향과 식감이 슈의 치트키로 활약한다. 충전물로 사용된 커스터드 크림의 농밀하고도 부드러운 풍미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미로와 8,000원
프랑스어로 ‘거울’을 뜻하는 제품명처럼 중심부에 살구 시럽을 코팅해 거울처럼 반짝이는 모습이 흥미롭다. 가장자리에 두른 아몬드 분태의 향과 바삭함은 제품을 오래 두고 먹어도 유지되어, 선물용으로 좋다.
라쥬도르
주소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95길 48-6 102호
인스타그램 @lagedor_patisserie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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