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임없이 새로운 맛집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미식의 격전지, 도쿄. 하지만 그중에서도 몇 세대에 걸쳐 전통을 지키며 손님들의 사랑을 받는 명점(名店)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왜 이 가게들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매력을 탐구하기 위해 도쿄 3대 도라야끼 가게를 비교 분석해보려 한다. 친근함과 소박함으로 널리 사랑받는 도라야끼, 단순하지만 미세함에서 나오는 차이를 철저히 해부해보자.
도라야끼의 정석, 우사기야(우에노) うさぎや

1913년, 우에노에서 창업한 ‘우사기야(토끼야)’는 초대 창 업자가 토끼띠였던 것에서 유래했다. 우에노와 니혼바시에 지점이 있지만, 각자 추구하는 맛과 원재료가 달라 팬들 사 이에서도 ‘어느 지점이 더 맛있는가’에 대한 의견이 갈릴 정도다. 이번에는 우에노 본점을 찾았다.

구움색
만화에 나올 것 같은 비주얼로 구움색이 균일하다.
겉 반죽
단면에 세로 방향으로 기포가 난 것이 ‘우사기야’ 도라야끼의 특징이다. 빵을 뒤집지 않고 한쪽 면만 익혀 기포가 분산되지 않고 세로로 곧게 뻗어 있다. 이 덕에 쫄깃하면서 탄력 있고 찢어지는 듯한 결을 만날 수 있다. 한쪽 면만 오랜 시간 굽기 때문에 촉촉함보다는 살짝 단단한 식감이 느껴진다.
앙(팥소)
촉촉한 윤기가 흐르는 밝은 갈색을 띠고 있다. 팥알들이 꽤나 살아있는 편이라 씹는 맛이 좋다. 첫입에는 조금 달게 느껴지지만 씹을수록 팥과 조화를 이루며 적당한 당도를 띤다. 마지막에는 팥 껍질이 살짝 남으며 목 넘김은 부드럽고 은은한 밀 향이 퍼진다.
위치 : 1 Chome-10-10 Ueno, Taito City, Tokyo 110-0005
전화번호 : 03-3831-6195
먹어보지 못한 색다른 도라야끼, 카메쥬 亀十

가게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불분명하지만,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亀)와 숫자 중 가장 큰 십(十)을 합쳤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아사쿠사라는 지역 특성상 관광객이 많아 주말에는 긴 웨이팅이 필요하다.

구움색
수분을 머금은 촉촉한 도라야끼를 만들기 위해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구워 고르지 않은 구움색이 특징이다. 살짝 그을린 듯한 향과 맛이 한끝 차이로 고급스러운 풍미를 완성한다.
겉 반죽
‘카메쥬’ 도라야끼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수플레 팬케이크 같은 반죽’이다. 미세한 기포들이 촘촘하게 이뤄져 있어 밀도가 높고 부드러우며 씹을수록 자연스럽게 팥과 어우러진다. 구름같이 몽실몽실한 식감이 밀가루와 설탕, 달걀, 물, 소량의 베이킹 소다만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섬세하고 놀라울 정도로 푹신한 식감은 장인의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연되기 어려울 것이다.
앙(팥소)
팥앙금과 백앙금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팥이 부드러운 편이며 묵직하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반죽에 비해 팥의 양이 적게 느껴지지만 덕분에 반죽의 부드러움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위치 : 2 Chome-18-11 Kaminarimon, Taito City, Tokyo 111-0034
전화번호 : 03-3841-2210
인스타그램 : @kameju_asakus
흑설탕과 꿀의 풍미 도라야끼, 소게츠 早月

‘花(꽃)’는 너무 화려하다고 여겨 겸손한 느낌을 담기 위해 ‘草(풀)’에 ‘月(달)’을 더해 1930년 ‘소게츠’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화과자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전국과자대박람회에서 1961년 금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명과로 자리 잡은 소게츠는 창립 당시의 제조법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착색료나 보존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흑설탕, 팥, 밀, 달걀, 꿀, 소금만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맛을 낸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베이킹 소다를 소량 첨가하며 모든 원재료는 국산을 고집한다. 특히 신선한 달걀을 사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합리적인 가격, 적당한 단맛, 부담 없는 사이즈까지 삼박자를 갖춘 도라야끼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줄 서게 만든다.

구움색
표면이 소나무 껍질과 비슷한 구움색을 갖고 있어 ‘흑송이’라 는 이름이 붙었다. 반죽에 꿀이 많이 들어가 겉에 자연스러운 광택이 있다.
겉 반죽
연한 갈색 빛에 흑설탕의 향이 강하게 올라온다. 기포가 많고 부드러워 폭신한 스펀지 케이크 같은 식감을 자랑한다.
앙(팥소)
단맛을 줄여 반죽의 존재감을 살렸다. 팥 알갱이가 살아 있으 며 3대 도라야끼 중 가장 단맛이 적다. 부드럽고 달달한 반죽과 대비되는 담 백한 팥소 덕분에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위치 : Chome-15-16 Higashijujo, Kita City, Tokyo
전화번호: 03-3914-7530
글, 사진 차다빈 통신원
정리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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