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프레소 향미를 촉촉이 머금은 시트, 두터이 쌓은 고소한 마스카르포네 치즈 크림, 마지막으로 쌉쌀한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낸 티라미수. 여전히 추운 2월의 겨울날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고급스러운 달콤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티라미수의 최고의 짝꿍이라 불리는 커피가 아닌, 이달은 기분 좋은 취기를 빌려 주류 페어링을 소개합니다. ‘있을:재’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티라미수와 와인&비어의 마리아주를 즐겨주세요.
올드 라스푸틴 Old Rasputin
세계 최고의 스타우트라 불리는 ‘올드 라스푸틴(Old Rasputin)’. 임페리얼 스타우트 맥주로서 풍부한 질감과 매우 복합적인 향미를 자랑한다. 게다가 기존의 맥주보다 2배 정도 높은 도수(9도)로 마치 흑마법과 같은 마력을 뽐낸다. 쌉쌀한 카카오 풍미나 녹진한 초코 플레이버가 짙은 디저트들과 즐기기에 좋다.
Pairing Point
조금 더 캐주얼한 느낌의 페어링을 원한다면, 스타우트 맥주인 올드 라스푸틴과의 페어링도 좋다. 18세기 러시아 에카테리나 여제를 위해 만들기 시작한 맥주로, 보리 낱알 껍질까지 함께 로스팅 해 씁쓸한 풍미를 자아낸다. 마치 진한 커피와 달지 않은 다크 초 콜릿의 풍미, 촘촘히 부드러운 맥주 거품 아래에 감춰진 묵직한 바디감이 매력적이다. 과연 보드카를 물 마시듯 마시던 러시아 사람들의 취향을 완벽히 저격한다. 서로의 달콤함이 상승작용을 하는 와인&티라미수 페어링과 달리, 맥주와의 페어링은 농익은 매력과 같은 씁쓸한 어른의 맛을 연상시킨다. 켜켜이 쌓아 올린 티라미수 속 마스카르포네 치즈 크림의 풍성한 실키함, 고혹적인 에스프레소의 향미로도 충분하지만, 여기에 강렬한 개성의 흑맥주로 새로운 레이어를 한층 더한 다면 보다 완벽한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다.
폰세카 루비 포트 Fonseca Ruby Port
짙은 루비색을 띠며 체리와 블랙 커런트의 신선하고 경쾌한 향이 매력적인 ‘폰세카 루비 포트(Fonseca Ruby Port)’. 2년간 큰 나무 통에서 숙성해 부드러운 질감, 풍부하고 신선한 과일 캐릭터, 매혹적인 적붉은 루비 컬러를 보유했다. 조금 낮은 산도와 강렬한 풀바디 스타일이지만 높은 당도와 프루티 한 여운이 훌륭한 균형을 이뤄 디저트 와인으로 딱이다.
Pairing Point
티라미수를 한 스푼 떠먹으며 음미하다 루비 포트와의 마리아주를 느껴보는 걸 추천하는데, 먼저 떼루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좋겠다. 포르투갈 북쪽의 두오루 지역은 심한 경사와 단단한 바위의 척박한 토양, 그리고 한낮의 뜨거운 더위와 대서양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처럼 스스로 균형을 맞추며 자란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 폰세카의 루비 포트는 ‘포트와인’, 즉 주정강화 와인이다. 포트와인 중에서도 특히 ‘루비 포트 (Ruby Port)’는 발효 중인 포도에 브랜디를 넣어 발효를 멈추고 도수를 높인 스위트 와인으로, 신선한 과실과 묵직한 알코 올, 그리고 달콤함이 특징이다. 이 와인의 떼루아를 소개하는 동안 입안의 티라미수가 다 사라졌으니, 다시 한번 티라미수를 떠먹어 보자. 에스프레소를 흠뻑 적신 사보이아르디 쿠키와 코코아 파우더의 쌉싸름한 플레이버는 와인 속 라즈베리, 블랙 커런트, 체리와 같은 과실향과 대조를 이뤄 서로의 풍미를 견인한다. 고소한 우유 맛의 보드라운 마스카르포네 치즈 크림은 와인의 당도와 어우러져 기분 좋은 달달함을 전한다. 그리고 입안을 가득 채우는 블랙베리와 라즈베리의 과실향, 알콜릭한 탄닌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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