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호역의 분주함을 지나 한 길목으로 들어서면 조용한 분위기가 펼쳐진 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그 향을 따라가면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과 원목 문패에 단정하게 적힌 세 글자, ‘오뜨르’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박정원 오너 셰프가 프랑스에서 머물던 시절, 유명한 빵집이나 고급스러운 맛집보다도 가장 자주 찾았던 집 근처 맛있는 빵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곳이다. 프랑스어로 ‘근처에’, ‘주위에’라는 뜻을 가진 ‘Autour(오뚜흐)’에서 착안한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가까운 곳에서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빵집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와 여유로운 분위기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온기가 스며든 공간
짙은 우드 테이블에서 전해지는 온기, 은은한 금빛 조명이 더하는 아늑함. 오뜨르 베이커리는 빵뿐만 아니라 공간에도 따뜻한 분위기를 담고자했다. 테이블은 원하는 느낌을 완성하기 위해 직접 원목을 엄선하고 스테인 작업까지 손수 거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새겨지는 갈라짐과 흔적들이 오뜨르만의 정취를 더해준다. 벽면은 유럽 미장의 질감을 살려 클래식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조명은 금빛을 띠도록 조정해 공간 전체에 부드러운 따스함을 입혔다.


매일 먹어도 맛있는 빵
프랑스에서 기술을 배우며 ‘한국에서 나만의 빵을 만들고 싶다’고 꿈꿨던 박정원 셰프. 그는 과하게 달거나 자극적인 맛이 아닌, 언제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빵을 만들고자 한다. 오픈 당시 9가지 품목으로 시작해 현재는 30여 가지의 메뉴를 선보이며 구움과자와 빵을 적절한 비율로 구성해 균형을 맞춘다. 메뉴를 개발할 때는 자신의 기술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도 손님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맛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입 안에 넣는 순간 직관적으로 ‘맛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크루아상과 소금빵처럼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제품들은 하루 두 번씩 구워 가장 맛있는 순간에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월간 오뜨르〉를 기획해, 시도해보지 못했던 메뉴나 유튜브에서 소개한 디저트를 한정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건강하고 담백한 빵을 연구하며 속 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빵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빵으로 나누는 즐거움
박정원 셰프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며 단순히 빵을 만드는 것을 넘어 베이커리 문화를 함께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유명한 셰프들이 레시피를 아낌없이 공개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기술이 공유되니 빵 문화가 더욱 발달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에 박 셰프는 한국에서 도 그런 흐름이 자리 잡길 바라며 레시피와 기술 팁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의 유튜브를 통해 빵을 접한 사람들은 국내뿐만 아 니라 해외에서도 오뜨르 베이커리를 찾아온다고. 영상 속 레시피의 빵을 맛볼 수 있다는 경험이 손님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고 박 셰프에게는 더 큰 보람이 된다.
“한 손님이 여기서 크루아상을 비롯한 빵을 몇 개 사 들고 가던 중이었는 데 길에서 한 할아버지가 빵 맛있냐고 물으셨대요. 손님은 주저 없이 크루아상 하나를 내밀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만든 빵이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좋은 영향으로 퍼져가는 순간이 가장 큰 감동이었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하루의 작은 여유를 즐기고 맛있는 빵과 함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오뜨르 베이커리에서 한 조각의 빵으로 소소한 행 복을 만끽해보자.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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