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라또 속 페어링 레시피
어느 요리든 그러하겠지만 좋은 젤라또의 시작과 끝은 결국, 좋은 재료다. 시골의 넉넉한 햇살과 정성을 담뿍 받고 자란 햇쑥을 뜯어다 말리고 빻아 쑥가루를 만들고 콩가루 도 볶아 준비한다. 쌉쌀한 고소함의 쑥가루, 볶아 단맛이 한층 오른 고소함의 콩가루를 크리미한 고소함의 우유 베이스에 넣고, 각각 쑥 젤라또와 인절미 젤라또를 만든다. 적당한 되기로 칠링한 후 원하는 비율로 적층하여 레이어드를 만든다. 젤라또가 완전히 굳은 뒤 둥근 스쿱으로 레이어를 쓸어 담아 퍼내면,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묘한 마블링의 쑥절미가 완성된다.
쑥절미 젤라또
'고소하다'는 우리말 사전에 '볶은 깨, 참기름 따위에서 나는 맛이나 냄새와 같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인에겐 포근하고도 정겨운 단어 ‘고소함’을 영어로 번역할 때면 매번 난처해지고 만다. 싱겁다와 유사한 ‘Bland’, 견과류 특유의 고소함을 뜻하는 ‘Nutty’, 우유의 부드러운 텍스처와 아이보리 컬러를 표현하는 ‘Creamy’는 있어도 정작 참기름 내나 인절미 맛에서 발현되는 고소함을 표현하는 그럴 듯한 단어는 없다. 다르게 해석하면 고소함이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이 얼마나 폭넓은 세계인가. 고소함에 대한 심오한 생각이 이어지다 한국식 고소함과 트로피컬한 고소함의 만남을 떠올렸다. 모두 고소함이라 읽히지만 엄연히 파생의 기원이 다른 두 가지, 쑥절미 젤라또와 코코넛 튀일로 고소함의 레이어를 쌓았다.
젤라또 N 코코넛 튀일
젤라또는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베이커리라는 레이어를 한층 더할 때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발휘한다. 그리고 그것이 한없이 무른 쑥절미 젤라또를 받쳐줄 바삭한 튀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치아가 맞물릴 때 뽀드득 소리를 내는 롱 코코넛 특유의 바작바작한 식감과 코코넛 향은 쑥절미에 이국적인 레이어를 얹어 고소함의 포괄적 의미를 모두 아우른다. 튀일을 쪼개 뿌려 먹어도, 튀일 사이에 샌드 형식으로 끼워 먹어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디저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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