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 완벽한 사람도, 완전한 사랑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 완벽한 것이 있을 수 있겠다는 찰나 같은 믿음 혹은 착각이 불현듯 들이닥치곤 한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관계에서 상대방을 신성화하는 첫사랑의 경험 같은 것 말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 그러한 믿음은 역시 착각이였음을 자각한다. 그리고 벅차오르는 감정 앞에 사람이 얼마나 갈대 같은지 다시금 느낄 뿐이다.
빵이라고 어디 예외일까. '제빵 미야비(製パン雅)'의 데니시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완벽한 결과 구움색 그리고 맛과 재료의 조화로움은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듯 또다시 나를 '완벽함'의 착각으로 이끌었다.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물살에 몸을 맡겼다. 누룩과 탕종을 적절히 사용해 마냥 쫄짓하지만은 않으면서, 효소 활동으로 인해 입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의 밸런스는 미야비의 빵을 더 돋보이게 했다.
도쿄 근교, 가마쿠라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마이(今井) 셰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가마쿠라로 이전하기 전, 나고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나 요식업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이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역의 사람들에게 빵을 선보이고 인정받고 다시 찾아와 주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말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나의 고향인 나고야에서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나 아내가 자신의 고향인 가마쿠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밝혔고, 나 또한 가게와 집이 같은 건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마쿠라로 이전하게 됐다. 나고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단골손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망설임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지역도 손님도 완전히 바뀌지만 내가 맛있는 빵을 만든다면 반드시 새로운 손님들도 찾아와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Q. 이마아상이 지향하는 바에서 참으로 진심이 느껴졌다. '지역에 뿌리내리는 동네 빵집'. 이 문장을 보고 아 역시 요식업은 자신이 터전으로 삼고 있는 곳에서 깊게 뿌리내려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내가 제빵사가 되고자 마음먹은 계기는 어렸을 적 자주 찾던 가게에서 영향을 받았다.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볼법한 동네빵집으로 단팥빵과 메론빵 같은 단과자 빵이 무심히 진열되어 있는 곳이었다.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가게 앞을 지나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나도 자연스레 그런 정취의 빵집을 하고 싶었다. 나의 빵들이 주민들의 식탁에 보탬이 되고, 작게나마 일상을 지탱해주는 빵이었음 기쁘겠다.
Q. 아이치현 밀빵(전립분빵)을 먹고 놀랐다. 아이치현 밀의 특징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설탕 혹은 꿀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만 같은 달달함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물론 설탕 같은 직관적인 단맛은 아니었지만, 한입 베어 문 순간, 누룩 특유의 식감과 우마미가 직관적으로 느껴졌고, 누룩의 특징을 빵에 잘 녹여냈구나 싶었다. 요즘 정말 많은 곳들이 누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야비상의 빵 만들기에 있어 누룩은 어떤 존재인지?
많은 사람들이 아이치현 밀 빵을 먹고 같은 감상을 말해준다. 혹시 설탕 같은 정제당을 배합한 것 아니냐고 설탕은 들어있지 않으며 탕종에 누룩을 넣어 전분을 담으로 분해하는 효소 활동으로 달달함을 표현하고 있다. 전립분의 고소함과 효소 활동으로 피어나는 자연스러운 달달함의 궁합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다.
Q. 도내의 많은 유명점을 다녀봤지만, 생각보다 데니시 계열과 하드 계열 모두 퀄리티가 높은 곳은 드물었다. 미야비상의 데니시는 외관부터 정말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빨리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하드 계열도 비교적 너무 무겁지 않고, 먹기 편하면서도 밀의 풍미는 잘 표현됐다고 느꼈다. 미야비상 개인적으로 가장 힘을 쏟고 있는 품목은 어떤 것인지?
여전히 데니시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며, 손님들이 가장 사랑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다만, 나고야에서는 하드 계열에 대한 수요가 적었던 것에 비해 가마쿠라 이전 후로는 지역 주민들이 하드 계열의 식사빵도 많이 찾는다. 제빵사라면 대개 심플한 재료로 밀과 발효의 풍미를 잘 살린 식시빵을 굽고자 하는 바람이 있듯 나 또한 그랬다. 다만 가마쿠라로 이전하고 나서야 그만큼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보다 맛있게 하드 계열빵을 구워내려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아직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다다르지 못한 제품들도 있어서, 여전히 레시피를 보며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성에 가까운 빵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조금씩 배합과 제법을 바꿔가며 실험 중이다.
Q. 이마이상이 추구하는 맛의 밸런스는 무엇인지?
각 품목별로 추구하는 맛의 밸런스가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크루아상을 들자면 반죽과 위에 올라가는 부재료의 조화와 양립을 추구한다. 부재료가 지나치게 부각되어 반죽의 존재감이 줄어드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애초에 부재료만 따로 먹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단어로 말하자면 '일체감'이겠다. 반죽의 풍미도, 부재료의 맛도 서로가 서로를 해치지 않고 한 송이의 꽃으로 잘 피어나는 듯한 맛 말이다.
Q. 빵을 만드는 일이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매일 뼈저리게 느낀다. 물론 반죽은 매일 다른 표정을 띠고 있지만, 큰 틀에서 같은 작업을 매일같이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이마이상은 무엇에서 성취감을 얻는가? 매일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빵은 발효의 산물이다. 발효는 같은 온도와 습도라 할지라도 그 변수가 무수히 많기에 반죽은 매일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우선 오늘의 반죽은 어떤 표정인지 눈으로, 손으로 느끼려 한다. 반드시 어제, 그제와 다르기에 그 지점을 포착해서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구워내려 하고 있다. 이것이 일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겠다. 여전히 빵을 만드는 것이 좋고,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체력적으로 많은 부침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귀찮다거나 빵을 만들기 싫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은 일절 들지 않는다. 빵을 좋아하는 마음이야 말로 이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자 성취감 아닐까 싶다.
Q. 지금의 이마이상이 있기까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제빵사가 있다면 누구인지?
'사와무라(SAWAMURA)'의 모리타상에게 기초를 많이 배웠으며, 데니시에 있어서는 '불랑주리 슈도(Boulangene Sudo)'의 히데오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Q. 앞으로 5년, 10년 뒤 제빵 미야비가 어떤 빵집이었으면 하는지?
모토 그대로다. 지역주민들이 믿고 찾아주는 빵집이었음 한다. 멀리서 찾아와주는 유명한 가게가 아닐지라도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식탁에 보탬이 되는 빵이었음 좋겠다. 딱 그거면 된다. 소박하면서도 어려운 바람일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빵집이자, 그러한 빵을 구워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해나가겠다.
한 톨의 부스러기조차 남기고 싶지 않은 빵이 있다. 그런데 크루아상을 먹다보면 으레 옷과 접시가 부스러기로 가득해지곤 한다. 그 순간, '이까짓 부스러기 정도 버리지 뭐'라는 털털함이 앞서는 빵이 있는가 하면 그 자그만 부스러기조차 놓치고 싶지 않은 애절함이 앞서는 빵이 있다. 미야비의 빵은 어느 것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하고 싶은 간절함을 불러일으킨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백결 특파원 ruflt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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