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가 세계 베이커리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IBIE 2025(International Baking Industry Exposition, 이하 IBIE)’는 전 세계 96개국에서 1,000여 개 기업이 참가한 미국 서부 최대의 제과 제빵 전문 박람회다. 총 전시 면적은 약 4만2,000제곱미터로, IBIE 105년 역사상 최대 규 모를 기록했다. IBIE는 참관객 중 91%가 구매 의사결정권자였으며, 28%는 해외 바 이어로, 라틴 아메리카와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등의 비중이 높았다고 전했다.
한편 주한미국대사관 농업무역관의 후원으로 사단법인 대한제과협회를 비롯한 제과· 제빵 업계 관계자 15여 명이 이번 IBIE 박람회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미국산 농산물 의 활용 가능성을 소개하고 한국 시장 내 인지도를 높여 수출 확대를 도모하는 취지다.

기술 혁신과 원재료 트렌드가 한눈에
IBIE 전시장은 두 개의 축으로 나뉘었다. 웨스트 홀에는 제빵 자동화, 로봇 공정, 포장 솔루션 등 기계 및 설비 기업들이 집결했다. 각 부스에서는 AI 기반 반죽 제어 시스템과 자율 생산라인, 무인 패키징 기
술을 실시간으로 시연했다. 노스 홀은 제과 제빵 원재료, 가공품 등이 주를 이뤘다. 밀가루, 효모, 건과일, 유제품, 기능성 소재 등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원료사들이 해당 제품을 선보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박람회답게 IBIE에는 다양한 미국산 원물과 클린 라벨 베이킹 재료들이 대거 전시됐다. 특히 미국 전역에서 생산되는 과일과 견과류, 곡물 원료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강조하며 주목 받았다. 또 이러한 과일을 가공한 퓌레, 잼, 건조 과일 등이 다채롭게 소개됐으며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클린 라벨 소재로 주목받았다. 블루베리·크 랜베리 퓌레나 천연 과일잼은 색소와 인공향 없이도 생과일의 풍미를 그대로 살려내는 점이 특징이었다. 그 외에도 호두, 해바라기씨, 치아 씨드 등 다양한 견과류와 곡물이 건강 지향 원료군으로 부각되며 생산 자 추적이 가능한 미국산 원재료의 강점을 돋보이게 했다.
미국 원재료사, 지속가능성과 기능성으로 답하다
IBIE 2025에서는 글로벌 원료 산업의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가 장 두드러진 키워드는 클린 라벨, 코코아 대체, 기능성 곡물 및 단백질 이었다. 각 기업은 자사의 기술과 신제품을 통해 이 네 가지 주제를 다 양한 방식으로 구현했다.
클린 라벨(Clean Label)
이번 IBIE에서는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천연 유래 성분만을 사용하려 는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AB 마우리’는 발효 효모와 효소를 활 용한 심플 레시피 솔루션을 제시했다. 인공첨가물 없이 안정된 발효와 향을 구현할 수 있는 효모 제품군은 ‘깨끗한 재료로 간단히 굽다(Clean Baking Made Simple)’라는 메시지와 함께 주목을 받았다.
코코아 대체(Cocoa Alternatives)
전 세계적인 코코아 가격 급등은 새로운 대체 원료 개발로 이어졌다. ‘EDME’는 몰트 보리를 활용한 코코아 대체 가루를 소개했다. 몰트 보 리 파우더는 몰트 특유의 깊은 색감과 구수한 풍미로 코코아의 질감을 모사하면서도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속가능한 소재로 평가받았다.
기능성 곡물·단백질(High-Fiber & Functional Grains)
건강 지향 소비 트렌드에 따라 고섬유·고단백 제품도 대거 등장했다. ‘베이 스테이트 밀링’은 고식이섬유 밀가루 ‘HealthSense’를 중심으 로 혈당 반응을 완화하고 소화 기능을 개선하는 차별점을 내세웠다. ‘CII Foods’는 열과 수분에 안정적인 인클루전 제품을 통해 비타민, 단 백질 등을 내장한 기능성 입자 제품을 제안했다. 비비드한 색감에 작은 크기의 외형으로 비주얼적 매력을 더한 이 제품은 많은 관람객들로부 터 집중을 받았다. 이처럼 IBIE는 원재료 전시 공간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기능성,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라는 산업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줬다. 베이커리의 본질이 ‘맛’에서 ‘가치’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현장이기도 했다.
경연 무대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채워진 현장
올해 IBIE는 250개 이상의 교육 세션과 데모 프로그램이 전 참가자에 게 무료로 제공됐다. AI, 자동화, 레시피 포뮬레이션, 중소기업 스케일 업 등 그 주제는 다양했다. IBIE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참관객들은 해당 어플을 미리 다운로드 한 후, 준비된 프로그램을 살핀 뒤 본인이 원하는 데모나 컨퍼런스를 저장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운 평을 남겼다. 한편 국제 제과대회도 눈길을 끌었다. ‘쿠프 뒤 몽드 드 라 불랑주리 (Coupe du Monde de la Boulangerie)’ 아메리카 대륙 선발전에서 는 캐나다팀이 1위, 미국팀이 2위를 차지하며 내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본선 출전권을 얻었다. 또한 올해 처음 열린 ‘파네토네 월드컵 (Panetone World Cup)’ 아메리카 선발전에서는 미국, 캐나다, 에콰 도르 셰프들이 수상 명단에 올랐다. 이 밖에 ‘월드 브레드 어워즈 USA(World Bread Awards USA)’, 케이크 데커레이션 대회 등 다채 로운 무대가 이어지며 박람회 현장에 활기를 더했다.
WUSATA 세미나 – 미국 서부 재료의 가능성을 맛보다
9월 15일,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에서는 미국 서부 식재료의 매력을 전하는 ‘미국 서부농업무역협회(WUSATA)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 사는 ‘미국 서부 재료 특성 및 응용 연구 세미나’를 주제로, 17개 업체 가 협업해 11가지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였다. ‘미국 서부농업 무역협회(WUSATA, Western U.S. Agricultural Trade Association)’는 미국 농무부(USDA)의 지원 아래 운영되는 비영리 무 역 촉진 기관이다.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등 미국 서부 13개 주의 농식품 수출을 지원하며 현지 생산자의 원료를 해외 시장에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는 오리건 주립대 푸드 이노베이션 센터가 공동 참여해 서부 농산물을 활용한 창의적인 메뉴를 시연했다. 푸드 이노베이션 센 터에는 호라산(Khorasan) 밀가루, 테프(Teff) 곡물, 냉동 블루베리, 건 조 블루베리 페이스트, 카놀라 오일 파우더, 감자 플레이크, 누-라이스 (Nu-Rice), 헤이즐넛 오일과 페이스트, 레몬 파우더 슈거, 페퍼민트 오일 등 미국 서부 특산 식재료가 전시됐다.
미국산 재료의 활용성을 확인한 시간
원재료 소개에 이어 해당 재료로 만든 메뉴를 시식하는 시간이 이어졌 다. 오리건 주립대 푸드 이노베이션 센터는 미국 식재료를 활용해 11가 지 메뉴를 개발했다. 호라산으로 만든 크래커와 블루베리 리코타 치즈의 조화, 테프 포카치아와 블루베리 버터, 순식간에 녹는 페퍼민트 스노우, 식감이 살아 있는 감자 크러스트 새우 튀김 등 현장에서 공개된 11가지 메뉴는 재료의 개성과 조화를 한눈에 보여줬다. 실제로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의 한 식품업체는 해당 재료들에 큰 관심을 보이며 수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미국 서부 지역의 농산물과 기 술이 만드는 새로운 식감과 풍미의 가능성이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매 력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Interview-미국 오리건 주립대 푸드이노베이션 센터
Q. 이번 세미나에서 소개된 코라산 밀가루, 테프, 블루베리 페 이스트 같은 원재료들이 글로벌 제과·제빵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전 세계적으로 ‘전통 밀가루를 대체할 새로운 곡물’을 찾는 움직임 이 강해졌습니다. 특히 윈도우 베이커리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영 양과 색감, 질감을 달리해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죠. 호라산이나 테 프는 이런 니즈에 잘 부합하는 재료입니다. 고단백, 고식이섬유뿐 아니 라 빵의 색과 향, 식감에 새로운 개성을 더할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미국, 그중에서도 트렌드에 민감한 서부 지역에서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블루베리는 미국에서는 이미 일상적인 재료입니다. 항 산화 기능과 풍부한 섬유질 덕분에 꾸준히 사랑받고 있죠. 이번 세미나 에서 소개한 건조 블루베리 페이스트는 기존의 습식 제품과 달리 수분 이 거의 없는 형태였습니다. 작게 절단된 1/8인치 크기의 페이스트 입 자는 반죽 속에 고르게 분포돼, 빵이나 크래커에 균일한 색감과 풍미를 줍니다. 실용성과 기술적 완성도가 모두 높은 포맷이기 때문에 제과 제 빵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누-라이스나 카놀라 오일 파우더처럼 기능성이 강조된 원재료 들은 실제 제과·제빵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요?
A. 두 재료 모두 단순한 첨가물이 아니라 공정 효율을 높이는 도구입니 다. 누-라이스는 쌀겨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으로, 수분을 균일하게 분 산시켜 반죽의 수화 속도를 빠르게 해줍니다. 특히 점성이 필요한 반죽 이나 압출 제품, 스낵류에 유용합니다. 카놀라 오일 파우더는 오일을 미세 분말 형태로 고정화한 소재입니다. 제과 공정에서 액체 오일을 따 로 첨가하지 않아도 반죽 내부에 고르게 퍼져 균질한 질감과 풍미를 유 지할 수 있습니다. 오븐에 넣기 전 빵 표면에 기름을 바르는 과정이 생 략되니 지방 사용량도 줄어듭니다.
Q. 미국 서부농업무역협회가 소개한 미국 서부산 원재료들은 ‘청정 이미지’와 ‘심플 인그리디언트’를 강조했습니다. 이런 특 징이 아시아 시장에는 어떤 강점으로 작용할까요?
A. 미국 식품 트렌드는 명확합니다. 클린 라벨(Clean Label), 심플 인 그리디언트(Simple Ingredients), 그리고 알레르기 프리(Allergen- Free)입니다. 성분표를 읽었을 때,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재료’만을 사용하려는 방향이죠. 이것이 바로 미국 서부산 원료의 강점 입니다. 특히 오리건의 헤이즐넛과 베리류는 이미 세계적으로 품질이 입증된 대표 작물입니다. ‘오리건산’이라는 이름 자체가 신뢰와 품질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도 이 같은 ‘청정 원산지’ 이미지가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미국산 블루베리, 감자 플레이크, 오리건 헤이즐넛 오일 등은 생산지의 스토리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원산지 가치와 지속가능 성은 글로벌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십니까?
A. 지금의 소비자는 매우 똑똑하고 정보에 밝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맛 있는 제품이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가’를 알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리테일 바이어들도 제품을 선택할 때 생산자의 스 토리와 지속가능한 농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습니다. 이 정보가 곧 신 뢰(Trust)로 이어지죠. 오리건 헤이즐넛처럼 지역 농가의 환경 친화적 재배 방식이 명확히 드러난 원료는 미국 시장에서도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됩니다. 한국에서는 ‘믿고 먹는’이라는 표현을 요즘 많이 쓴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도 그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투명성(Transparency)’입니다. 우리는 이번 세미나에서도 이러한 투 명성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어떻게 서부 원료들이 새로운 영감 을 줄 수 있을지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저희의 의도가 참관단 여러분께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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