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이 업계에 종사한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처음엔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빵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안승호 셰프. 16살에 당시 종로 5가에 있던 ‘새서울제과’에 들어가며 (사)대한제과협회 김상엽 고문을 만나 제빵 인생의 이정표를 세웠다. “밀가루만 만져봐도, 반죽 상태만 봐도 ‘아 이건 잘못 계량됐다’를 알 수 있었어요. 천직이었나 봅니다. 그 이 후 ‘고려당’, ‘명보제과’, ‘김충복과자점’ 등을 거치면서 좋은 스승들을 만나 제 사업의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기술을 쌓은 안 셰프는 1983년 잠실에서 ‘아몬드 과자점’을 오픈했고 개업한 지 2년 만에 4개의 점포 모두 승승장구했다.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다 대한민국 경제가 주춤했던 1997년도, ‘팡스오페라’로 상호를 변경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꿨다. “위기를 기회라 생각했어요. 유럽형 인테리어를 도입해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3단 쇼케이스’를 들였고 케이크 종류를 대폭 늘렸습니다.” 또 지역사회 봉사에도 적극 참여하며 이례적으로 매장에서 일 주일에 한 번, ‘주부강습회’를 열었다.
“잠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30명을 초청해서 무료 강연을 했어요. 소비자들이 먹는 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눈에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서 빵 반죽부터 전 과정을 배우고, 구워서 직접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했죠. 제빵 인생에서 뿌듯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베이커리 카페라는 트렌드를 심상치 않게 눈여겨봤던 안 셰프는 지난 2019년 남한산성에 ‘위베이크(We Bake)’를 열었다. 위베이크라는 상호에서도 드러나듯, ‘우리’라는 단어를 특히 좋아한다는 안승호 셰프. ‘우리 함께 빵을 만들자’라는 뜻을 담았다. 남한산성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데다 그린벨트 지역이라 공사가 쉽지 않았고 손님이 직접 차를 끌고 찾아가야만 하는 위치였지만, 자신 있었다. 모양만 흉내 내는 빵이 아니라 제대로 원하는 맛과 식감을 구현해 냈을 때만 빵을 판매했고, 빵에 어울리는 음료 메뉴도 전문적으로 구성해 외곽까지 찾은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맛을 놓치지 않았다. 또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바로 옆에 위치한 계곡을 손님들이 편하게 즐 기다 갈 수 있도록 텐트와 파라솔 자리를 마련하여 여름철이면 오픈런이 필수라고.
수많은 베이커리 카페 중 나름의 철학과 특색이 있는 곳들을 직접 찾아 갔다는 안 셰프. 트렌디한 빵과 케이크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연구했다. 그렇게 해서 과일 크루아상, 소금빵, 공주밤 식빵 등 다양한 라인업이 탄생했다. “소금빵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도 쫀득하게 만들었어요. 버터가 듬뿍 들어가 특유의 고소함이 포인트예요. 과일 크루아상은 제철 과일을 듬뿍 올려 생크림, 크루아상과 함께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공주밤 식빵은 달콤한 공주산 밤과 촉촉한 식빵이 잘 어우러져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메뉴다. 메뉴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기본에 충실한 빵 맛을 내려고 노력하는 위베이크다.
앞으로 조금 더 빵 자체에 초점을 맞춘 매장을 오픈하고 싶다는 안승호 셰프. “위베이크는 커피와 공간을 곁들인 베이커리 카페예요. 보다 빵 에 집중한 빵 전문점을 아들과 함께 오픈하는게 작은 바람입니다.” 단순히 빵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사랑하는 이들과 놀러와 맛있는 빵과 커피를 즐기며 자연 속에서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 위베이크.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는 곳인 만큼 오래도록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본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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