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전시장 ‘유렉스포(Eurexpo)’에서는 2년마다 한 번씩 국제 외식·호텔·식품 박람회인 ‘시라(SIRHA·Salon International de la Restauration, de l'Hôtellerie et de l'Alimentation)’가 열린다. 이는 전 세계의 제과·제빵, 요식업, 호텔업 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이벤트다. 시라는 큰 규모만큼이나 세계적인 대회들로도 유명하다. ‘보퀴즈 도르(Bocuse d’Or)’와 ‘쿠프 뒤 몽드 드 라 파티스리(Coupe du Monde de la Pâtisserie)’ 같은 저명한 국제 요리 대회 및 제과 대회가 박람회 기간 동안 함께 진행되어 제과·요리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테마는 ‘National Heritage’
올해 쿠프 뒤 몽드 드 라 파티스리(이하 쿠프 뒤 몽드)는 1월 24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8개국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9시간 동안 경연을 진행했다. 대회의 테마는 ‘자국의 문화 유산’이었다. 각 팀은 자국의 건축 양식, 축제, 설화, 인물 등 다양한 문화
유산을 주제 삼아 초콜릿 공예와 설탕 공예, 얼음 공예 및 디저트로 형상화했다. 한국에서는 고동훈 단장과 초콜릿 공예 부문에 하진 선수, 설탕 공예 부문에 심소희 선수, 아이스 카빙 부문에 정하연 선수가 출전했다.


한국팀은 해태와 십장생 등 한국의 수호신을 주제로 작업했다. 설탕 공예로 해태의 상반신과 여의주를, 초콜릿 공예로 해태의 하반신과 교태전을 만들었고, 아이스 블록과 초콜릿 블록으로 십장생을 상징하는 사슴과 학을 각각 조각해 영물이 뛰어 노는 경복궁의 한 장면을 그려냈다. 또 연꽃 모양의 접시 디저트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만들어
한국적인 주제의 완성도를 높였다.

올해에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인 프랑스의 설탕 공예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설탕 반죽에 균일하게 퍼져 있는 패턴, 몰드 사용을 최소화해 몸집은 작지만 디테일을 잘 살린 닭의 외형에 많은 심사위원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팀의 이정욱 코치는 “설탕 공예품 평가에서 화려함보다는 심플함이 강조되는 추세이며, 리본, 꽃, 광택 등 세부적인 디테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퍼포먼스가 더하는 즐거움
한편 이번 대회에 새롭게 추가된 과제로 ‘쇼 쇼콜라(Show Chocolat)’가 있었다. ‘발로나’의 마다가스카르 오리진 라인 중 하나 이상의 초콜릿을 반드시 사용해 ‘자국의 스트리트 푸드’를 주제로 디저트를 만드는 챌린지다. 디저트 자체뿐 아니라 해당 디저트를 관중과 심사위원 앞에서 7분 동안 소개하는 ‘쇼잉(Showing)’ 역시 중요한 채점 포인트였다. 한국은 심사위원들에게 1000원짜리 가짜 한국 지폐를 나눠줘,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사먹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붕어빵은 만자리 크림, 만자리 크루스티앙 등으로 구성했는데, 둘세를 사용해 팥소가 비치는 디테일을 살렸다.


한편 라이트 형제를 테마로 한 이탈리아는 자석의 반발력을 활용해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 모양의 디저트를 만들었고, 일본은 특산품인 쌀과 유자를 활용해 모나카를 선보였다. 특히 일본은 관중석에 있는 자국 응원단과 호흡을 맞춰 쇼 쇼콜라 이벤트를 진행해 관중과 선수가 하나 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불행과 행운 속 승자는 누구?
이틀간의 뜨거운 경연 끝에 2025 쿠프 뒤 몽드 우승의 영예는 일본에게 돌아갔다. 프랑스는 설탕 공예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초콜릿 공예를 끝까지 완성하지 못해 해당 부문에서 점수를 크게 따지 못했다. 또 우승팀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탈리아는 제출 5분 전에 설탕 공예가
무너지며 5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려났다. 여러 행운 속에 지난 대회에 이어 일본은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팀은 전원이 여성 선수로 구성되어 강한 우먼 파워를 보여주며 7위를 기록했다.

기쁨의 포효와 아쉬움의 눈물이 교차한 2025 쿠프 뒤 몽드. 전 세계 기술자들은 설탕, 초콜릿, 과일 퓌레로 예술 작품을 창조하며, 명불허전 ‘별들의 전쟁’을 펼쳤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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