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출신의 마리옹이 운영하는 ‘카페 미라벨(Café Mirabelle)’은 동네 주민들에게는 사랑방이자,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는 따뜻한 공동체 공간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벽난로 자리와 따스한 색감의 벽, 그리고 알자스에서 온 다양한 오브제들이 어우러져 있다. 알자시안이 아니어도 마치 할머니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젊은이와 노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특히 초록색 유리 스템의 알자스식 와인잔, 빵빵한 알자스 와인 리스트가 준비되어 있어 오전인데도 화이트 와인 한 잔이 생각났다. 또 메뉴판 속 알자스식 피자인 ‘타르트 플랑베(Tarte Flambée)’를 보니 저녁에도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매장 곳곳에는 알자스에서 온 물건들이 가득한데, 그 중에서도 독특한 도자기 컵, 저그 등이 눈길을 끈다.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전통적 스타일과는 다르기에 이 또한 알자스에서 왔냐고 물어보자, 알자스의 도자기 작가에게 특별 의뢰해 만든 시리즈라고 한다.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파란색이 아닌 분홍색을 테마로 해 컵을 맞춤 제작했다고. 자신의 스타일과는 다른 색을 받아들인 작가의 유연함과 작은 사물 하나에까지 알자스의 향기와 자신의 색을 담고 싶은 마리옹의 섬세한 마음이 어우러져 있다. 그 컵으로 마신 커피는 산미가 기분 좋게 살아 있었고, 컵의 둥글고 투박한 감촉도 손에 잘 감겼다.
비에누아즈리-파티스리 윈도우를 둘러보니 크루아상, 토르사드 등 클래식 제품뿐만 아니라 쌀, 우유, 캐러멜이 충전된 크루아상, 잔두야 브리오슈 등 궁금한 제품들이 많았다. 또 도톰하게 구운 쿠키를 타르트 바닥처럼 이용해 피스타치오 크림과 석류알을 올리거나, 파리브레스트에 호박씨와 금귤을 이용한 크림을 넣는 등 크리에이티브한 시도 속에서 미라벨만의 창의력과 다양한 실험을 엿볼 수 있다. 디저트 메뉴는 먹고 가겠다고 하면 홈메이드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함께 서비스하기 때문에 더욱 레스토랑 같은 느낌을 준다.
카페 미라벨은 오늘의 메뉴로 구성된 점심과 저녁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기에, 하루 종일 주방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와 이마저 가족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오전에는 브런치 또한 제공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할머니의 주방처럼 배가 고프다면 뭐든 마법처럼 나오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편 방문 시 맛봤던 커피와 카다멈이라는 낯선 조합이 흥미로운 크루아상은 가득 충전된 부드럽고 쫀득한 크림이 인상적이었다. 달지 않으면서도 향긋한 카다멈의 향이 이국적이고도 상쾌하게 퍼지며, 계속해서 한 입 더 먹고 싶게 만들었다. 카페 미라벨의 모든 비에누아즈리는 전부 홈메이드인데, 크루아상 자체의 맛도 소박하면서 친근해 따뜻한 느낌을 줬다. 구겔호프는 파리에서 쉽게 볼 수 없는데다, 세이버리 버전이라는 점에서 더 반가웠다. 선드라이드 토마토의 단맛과 허브의 풍미, 브리오슈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이 어우러져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었다.



조금 투박해 보일 수는 있어도, 카페 미라벨은 사람 냄새와 온정이 가득한 공간이다. 바쁘게 주방을 오가는 와중에도 모든 손님들을 섬세하게 챙기고, 단골 할아버지가 들어오시기 편하게 뛰어가서 문을 잡아주는 마리옹의 엄청난 에너지와 따뜻한 마음씨 덕분이다. 파리 한복판에서 알자스의 정취를 느끼고 싶거나, 좋은 사람들이 주는 좋은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 Info. Café Mirabelle
주소 16 Rue la Vacquerie, 75011 Paris, France
영업시간 수 08:00~18:00, 목~금 08:00~23:00, 토~일 09:00~23:00 (월, 화 휴무)
인스타그램 @cafemirabelleparis
글·사진 윤미지 통신원(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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