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어링 레시피
버터를 젤라또에 넣는다는 발상이 아마 낯설 수도 있다. 과연 이 차갑고 달콤한 물성에서 오일리한 버터가 잘 페어링 될 수 있을까. 우선 레몬 딜 버터의 본질을 파헤쳐 보는 것이 좋겠다. 레몬 딜 버터는 어쨌든 버터다. 버터 속 유지방의 풍미는 아주 고소하지만 느끼해 금세 물릴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 레몬의 시트러스함, 딜의 세이버리함을 넣어 상충시켰다. 이번엔 아이스크림의 본질을 생각해 보자. 실온 혹은 따뜻한 음식은 향의 발현이 쉽지만, 젤라또처럼 차가운 음식은 혀에 닿은 후 충분한 온도에 도달해야 맛과 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하지 않은 버터 함량은 젤라또 베이스 속 우유와 어우러져 고소함을 천천히 배가시키고, 레몬 제스트와 풍부한 딜이 지속적으로 씹히며 입속에 싱그러운 향이 머무르게 한다. 또한 일반 아이스크림에 비해 옅은 당도가 레몬, 딜, 버터 각자의 풍미를 해치지 않고 서로를 공존하게 한다.
레몬 딜 버터 젤라또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홈 카페 인기 메뉴인 ‘레몬 딜 버터’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레몬 딜 버터 젤라또는 우유와 버터, 그리고 알코올을 최대한 날린 레몬 리큐르를 베이스로 한다. 이때 레몬과 딜, 버터 모두 향이 매력적인 식재료이기 때문에, 이 젤라또의 주안 점은 향미에 두었다. 따라서 결과물의 당도는 일반적인 젤라또에 비해 너무 도드라지지 않도록 계산했다. 아이스크림 머신이 젤라또를 섞으며 칠링하는 동안 레몬은 깨끗이 씻어 제스트로, 딜은 잎 부분만을 떼어 잘게 썰어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젤라또에 준비해 둔 레몬 제스트와 딜을 넣고 고루 섞으면 완성된다.
젤라또 N 베이글
아이스크림과 베이커리, 둘 다 일상적인 디저트 장르다. 그리고 익숙한 장르를 익숙한 방식으로 즐기는 교집합, ‘젤라또 N 베이글’을 제안한다. 빵에 스프레드를 발라 먹듯, 잘 구워 낸 베이글 사이에 레몬 딜 버터 젤라또를 샌드 해 먹는 것도 아주 좋은 조합이다. 이때 아이스크림과 베이커리 간 질감의 균형이 중요하다. 젤라또를 스쿱으로 떠낸 당장은 단단해 보여도 금세 부드러워진다. 조밀한 베이글 위에 얹은 젤라또가 녹으며 빵 결에 스며들어 촉촉해진다. 처음엔 밀도감 높은 베이글과 쫀쫀한 젤라또의 식감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촉촉해진 베이글과 부드러워진 젤라또로 변화한다. 따라서 먹는 과정 내내 끊임 없이 변화하는 식감도 중요한 테이스팅 포인트다. 또한, 베이글 대신 바삭한 크러스트의 바게트로 대체할 수도, 이처럼 시트러스한 젤라또에는 허브 베이글 등을 믹스 매치해 세이버리한 풍미를 극대화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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