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역시 고물가가 이어지며 지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3%대로 상승한 이후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농산물 가격이 2월 전체 물가 상승분의 80% 이상을 기여할 만큼 급등했다. 그중 신선과일 가격은 2월에 42% 이상 급등해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신선과일인 사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애플(Apple·사과)’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인 ‘애플레이션’이 탄생했다. 작년 이상 기후에 따라 작황이 부진했던 사과의 공급량이 30% 이상 줄어듦에 따라 사과값이 지난 1월에 57%, 2월에는 70% 이상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과값 상승이 최근에는 다른 과일 가격의 도미노 상승으로 이어지며, 귤이 78.1%, 배가 61.1%, 딸기가 23.3%씩 가격이 폭등했다. 사과값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애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의 등장에 빗대어 볼 수 있듯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 압박은 상당하다. 이에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과값 상승으로 비춰보는 고물가 시국, 장기적이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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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금)사과’ 팩트체크 필요
애플레이션을 둔 아우성 중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사과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것이 ‘金(금)사과’ 논란을 뒷받침하는 주요 내용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애플레이션’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위 내용의 기사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해당 기사들은 그 근거로 통계 웹사이트 ‘넘베오(Numbeo)’의 자료를 들었다. 넘베오의 ‘국가 간 비교-사과’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한국 사과가 1kg에 약 6.78$로 1위에 자리해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넘베오의 공신력을 문제삼으며 “金사과 논란은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넘베오는 각국의 공식 통계가 아닌
이용자들이 개별적으로 입력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활용하고 있어 허위 정보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농산물은 크기와 품질 등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가 존재하는데 그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넘베오 지표를 근거한 국가별 농산물 가격 비교는 부적절하다”며 “인용에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동시에 정부가 물량을 집중 관리하거나 자금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사과 물량 직접 관리
애플레이션 원인 중 하나로 유통 폭리가 지목되면서 정부가 사과 수급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민간이 물량 대부분을 관리하는 구조로, 도매상과 유통사가 사실상 모든 가격의 결정권을 쥐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내 사과 물량을 관리하면 가격이 급등할 때 신속히 물량을 풀어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비축은 농식품부가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농산물을 사들여 보관하는 제도로, 국내 생산품을 매입하는 수매 비축과 외국산 농산물을 구매해 보관하는 수입 비축으로 나뉜다. 정부는 조만간 농산물 유통사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밝히는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홈페이지 내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소비자단체와 함께 주요 유통사들이 과도한 이윤을 남기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과의 정부 비축이 결정된다면 민간 창고를 빌려 사과를 저장할 가능성이 크다.
긴급 가격안정자금 투입
우리나라는 지난해 냉해 피해, 탄저병 등으로 사과와 배 생산이 약 30% 급감하면서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1년에 한 번 수확해 저장하는 과일 특성상 햇과일이 출하되기 전까지는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지난 3월 1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물가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사과의 경우 전년보다 생산량이 30.3% 감소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이런 요인들이 가격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정부의 예산 편성 자율권이 있는 예비비 투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일값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프루트플레이션(과일+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될수록 정부의 긴급 가격안정자금 예산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농식품부는 당초 예정된 농축산물 할인지원예산 1,080억 원에서 450억 원을 증액했다. 납품단가 지원에 755억 원, 과일 직수입에 100억 원, 축산물 할인에 195억 원, 할인지원에 450억 원 등을 편성해 정부의 할인지원과 유통업체의 할인판매를 병행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또 소비자가격과 차이 나는 도매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 올해 5,000억 원을 투입해 온라인도매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유통구조 개선으로 온라인도매시장을 활성화하게 되면 유통비용이 약 10% 정도 절감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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