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한껏 여미게 되는 겨울이 되면 나도 모르게 아늑한 공간에서 즐기는 따뜻한 차한잔과 달콤한 디저트 한 입이 간절해지곤 한다. 이번 겨울은 ‘을지로 적당’이 건네는 양갱과 따뜻한팥 라떼 한잔으로 따뜻하게 맞이해 보자. 부드럽고 달콤한 양갱이 혀끝에 닿는 순간, 더할 나위 없는 겨울나기 완성이다.
현대적인 공간이 주는 매력
직장인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평범한 회색 건물 1층, 후문 안쪽으로 들어서면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赤糖(적당)’ 이라는 간판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이곳은 팥 디저트 전문점, ‘을지로 적당(Euljiro Jeokdang)’이다. 입구에서부터 마치 갤러리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데 예스러운 이미지의 양갱을 너무 뻔하지 않게, 젊은 세대들에게 선보이고자 현대적인 느낌의 공간을 꾸몄다. 가장 먼저 카운터에는 과감하게 쇼케이스를 없애고, 시그니처인 양갱에 조명을 설치해 공예품처럼 전시했다. 바로 뒤편은 일본 전통 정원 양식 중, 모래와 돌을 활용한 ‘가레산스이식’ 스타일로 꾸며 자연 속에 있는 듯한 평온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으며, 그 뒤에는 유럽식 아치형 통로와 조명을 두어 특유의 묵직하면서 차분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덕분에 어디에 앉는지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팥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적당의 시작
‘붉을 적(赤)’에 ‘엿 당(糖)’을 사용한 적당은 팥양갱을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적당하다’라는 뜻을 포함하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2019년도에 처음 시작한 을지로 적당은 ‘마스터셰프 코리아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김태형 셰프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연기와 음악의 길을 걷고 있던 김 셰프는 우연한 기회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도 미처 몰랐던 요리에서의 재능을 발견했다. 이후 어렸을 적부터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이자 서바이벌 프로그램 결승 메뉴였던 양갱을 메인으로 디저트숍을 운영하기로 결심한다. “당시만 해도 마카롱, 케이크가 유행하며 한국식 디저트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서양식 디저트보다 깔끔하면서도 전통적인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양갱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양갱의 재해석
그렇게 시작하게 된 을지로 적당의 양갱은 여느 양갱에 비해 단맛이 적은 편이다. 진한 달콤함을 선호하지 않는 김태형 셰프의 입맛에 맞춰 설탕량을 줄였는데, 덕분에 여러 개를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또 제철 과일 등을 활용해 9~10가지 정도의 라인업을 꾸준히 가져가는 중인데 밤양갱부터 사과 양갱, 피스타치오 양갱, 밀크티 양갱 처럼 독특한 맛의 양갱까지 다양하다. 식감은 너무 탱글 하거나 찐득하지 않은 부드럽게 잘리는 정도로 완성했 는데 칼로 조금씩 잘라먹는 것이 본연의 깔끔한 맛을 느끼기에 가장 좋다고. 양갱 외에도 매장에서 직접 끓여 만드는 보늬밤을 비롯해 팥 차, 빙수, 팥 라떼, 백설기 앙버터, 모나카 등 팥을 활용한 여러 디저트를 맛볼 수 있으니 팥에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앞으로도 여러 브랜드와 협업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양갱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팥의 달콤함이 추운 겨울, 자연스럽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을지로 적당에서 내어주는 달콤한팥 디저트는 올해에도 여전히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스며들 예정이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저작권자ⓒ 월간 베이커리 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