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의 어느 조용한 동네, 길고양이들이 자주 등장하는 한 골목이 있다. 그 골목을 어느덧 2년째 지키고 있는 작은 카페 ‘스몰로우(Smallow)’. 스몰로우는 ‘Small’과 ‘Slow’의 합성어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작고 느린,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커피 메뉴를 브루잉으로 선보이는데, 아포가토와 카페 오레도 전부 진하게 내린 브루잉 커피로 만든다. 김형주 대표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손님들에게 가장 잘 설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이를 택하게 됐다고 말한다. “에스프레소라는 단어 자체가 이탈리아어로 ‘빠른’, ‘고속의’라는 뜻이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카페의 결과 맞지 않기도 하고, 브루잉을 더 제대로 소개하고 싶어 과감히 브루잉 메뉴만 다루고 있습니다.”
천천히 커피를 즐기는 공간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서면 작은 나무 테이블 3개와 카운터가 시선에 들어온다. 자그마한 공간이 주는 안정감과 괜스레 느껴지는 편안함은 덤이다. “손님이 커피를 마시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물론 좋지만, 온전히 커피에만 집중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때문에 카운터의 높이가 약간 높은 편인데, 손님이 자리에서 카운터 쪽을 바라보며 멍하니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김형주 대표의 배려다.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일분일초를 쪼개며 사는 이들에게 잠시라도 숨 쉴 수 있는 위로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이 매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마시기 편한 커피
김형주 대표는 마시기 편한 커피를 추구하는데, 단순히 티라이크 같은 커피가 아닌, 탄 맛이 도드라지지 않고 산미가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커피를 선호한다. “한마디로 좋은 밸런스가 느껴지도록 로스팅하는 것이 중요한데, 마셨을 때 거칠거칠한 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편입니다.” 생두는 특별함이 있는 것들을 주로 고른다. 새로운 품종, 신기한 가공 방식, 궁금한 컵노트, 생소한 국가 등등 여럿과 함께 나누고 싶은 특별함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본다고. 맛에 한정되지 않고 늘 다양한 원두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스몰로우에 방문하면 매번 색다른 커피가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직접 만드는 원두 카드
스몰로우에는 원두 라인업이 6가지 정도가 있는데, 거의 매주 라인업이 바뀐다. 생소한 이름의 커피가 많으므로 손님들의 선택을 돕고자 원두 시향이 가능한 아로마 디스플레이가 있으며, 이외에도 맛과 향을 상상할 수 있도록 대표적인 컵노트를 일러스트로 표현한 원두 카드가 준비되어 있다. 2년 동안 거의 매주 라인업이 바뀐 덕에 지금까지 수백 가지의 원두 카드를 직접 만들었다고. “생두를 한 번에 1kg 이나 3kg씩 소량만 구매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라인업이 바뀝니다.
커피에 대해 매번 유창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말주변이 없기도 하고 그림과 텍스트로 손님이 직접 그 맛과 향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원두 카드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 덕분에 손님은 과도한 정보는 줄이고, 자유롭게 상상하며 각자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디테일 장인
스몰로우에 두 명 이상이 방문해 다른 커피를 주문하면 여느 카페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을 보게 된다. 바로 원두 종류마다 종이 필터와 드리퍼를 바꾸는 것. 물 온도를 비롯해 원두마다 추출하는 레시피는 당연히 다를 수 있지만, 이렇게 장비를 바꾸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는 차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혹은 귀찮아서 하지 않을 일이지만, 김형주 대표는 한 번 더 디테일을 더한다. “저도 초반에는 단순하게 커피를 내렸는데,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더 맛있을지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다시 단순하게 브루잉하는 연습도 하려 한다는 김 대표. 매장에서 느꼈던 감동을 집에서도 손님들이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쉬운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는 그의 눈에서 열정과 끈기가 비쳤다.
인생 커피를 소개하다
매장을 오픈한 이래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스페셜티 커피와 핸드 드립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김형주 대표. 무료로 핸드 드립 원데이 클래스를 개최하기도 하고, 핸드 드립을 매장에서 즐길 경우엔 5,500원, 테이크 아웃할 경우에 4,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앞으로는 커피를 사랑하는 커피 애호가들이나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바리스타들 모두 즐기고 싶을 만한 하이엔드 커피 또한 다뤄볼 예정이라고. “판매 가격의 제한 때문에 훌륭한 원두를 소개할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많이 알렸다면 이제는 누군가의 인생 커피가 될 수 있도록 한층더 깊이감 있는 커피를 많이 소개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내내 김형주 대표를 바라보면 ‘커피 덕후’라는 단어가 자연스 럽게 떠올랐다. “언제 방문해도 사장님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있는 카페이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앞으로의 스몰로우가 얼마나 더 따스한 카페가 될지 궁금해졌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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